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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삶이 딱하고 어려울까?

데타신 2016. 11. 13. 20:11
열자는 인간형을 스무 종으로 매겨 놓고 다시 네 가지 인간형으로 나누어 한 패거리를 지은 다음 서여지(胥如志)라는 딱지를 붙여 놓았다.

저마다 모두 생각대로 행동하며 산다는 것이 곧 서여지의 인생이다.

우리는 모두 제 잘난 맛에 산다고 믿고 콧대를 세우고 사는 무리에 속한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딱하고 어렵다.

제 마음대로 사는 묵시(墨屎), 단순하기 짝이 없는 단지(單至), 태평스럽게 사는 천훤(嘽咺), 그리고 성질머리 급한 별부(憋直)등은 함께 살면서도 서로의 성질을 모르고 자기 뜻대로 가까이하면서 산다. 그들은 친해 보이지만 친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살기가 어렵고 딱할 때가 많다.

주변이 좋아 말 잘하는 교녕(巧佞), 어리석어 꽉 막힌 우직(愚直), 모가 나 시비를 자주 거는 안작(婩斫), 그리고 남의 비위를 잘 맞추는 편벽(便辟) 등은 함께 살면서도 서로 성격이 다른 줄 모르고 함께 교제하면서 산다.

서로 친하게 교제하면서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 제 성질머리대로 계산하면서 산다. 그래서 살기가 어렵고 얽힐 때가 허다하다.

교활하고 음흉한 교가, 속을 있는 대로 다 드러내는 정로(情露), 성질이 급해 성을 잘 내는 건극, 그리고 사납고 사나워 욕설을 잘 퍼붓는 능취(淩誶) 등도 한 무리를 이루며 저마다 뜻대로 산다.

물론 서로 성질이 다르다는 것을 모르고 함께 산다. 그래서 서로 딴청을 부리며 사느라 살기가 어렵고 힘들다.

남을 속이고 농락하는 면정(眠娗), 남에게 못난이 취급을 받는 추위(諈諉), 과감하여 앞장서기를 좋아하는 용감(勇敢), 그리고 겁이 많아 의심이 많은 겁의(怯疑) 역시 서로의 성질을 모르며 한 무리를 이루어 산다.

서로 개성대로 산다고 하지만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세계라는 것을 깨우칠 줄 모른다.

그래서 살기가 딱하고 어렵다.

남들과 잘 어울리며 사는 다우(多偶), 제 주장을 앞세워 남의 의견을 무시하는 자전(自專), 권력을 추구하고 권세를 부리려는 승권(乘權), 그리고 스스로 고독하기를 바라며 자립하려는 척립(隻立) 등도 서로 성질을 모르면서 함께 무리지어 산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 돌봐 주기보다는 마음보다 현실에 잘 부응해 저마다의 생각대로 세상을 헤쳐 나가려고 한다.

그래서 인생이 막막하고 얽힌다.

세상에는 열자가 나누어 놓은 네 가지 무리들이 따로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열자가 나열한 스무 가지 인간형이 비빔밥처럼 얽혀 있는 것이 곧 인간의 세상이요, 현실이다.

백인백색(百人百色)이란 말은 바로 그런 인간형들의 무리를 말하고 있다.

나는 스무 종의  인간형 가운데 어떤 유형에 속할까? 이렇게 자문해 보면 스스로에 대해 새삼스럽게 놀라게 된다.

자랑스럽기보다는 그렇지 못한 인간형에 속한다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로 인해 자책감을 느끼는 무서운 순간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천지를 모두 속일 수는 있어도 나 자신은 속일 수 없다. 그래서 추하고 험하고 흉한 자화상을 발견하는 순간 나 잔신을 혁명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인간이 이루어 가는 세상에는 선이 악을 물리치려는 기(氣)가 있다.

그러한 기를 우리는 덕이라고 한다. 우리 모두 덕을 숭배하고 부덕을 부끄러워한다.

이 처럼 우리는 바람직한 인간으로 살 수 있는 바탕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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